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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5 물꼬방 여름 연수 후기
조회 10069
회원이미지유동걸
2015-08-09 09:03:11
       
 
1. 첫날
 
정식으로 참가한 세 번째 물꼬방 여름연수다. 전주가 아닌 곳에서의 첫 연수. 장소는 수원이다. 서울에서 한 시간도 안 되는 거리, 화성 외에는 달리 유명한 곳이 없는 곳. 어린 시절 큰 댁이 있어 자주 가본 도시지만 화성 안에는 가본 적이 없다. 정조와 정약용, 채재공, 화성. 이런 단어들을 떠올리며 전주의 한옥 마을과는 어떻게 다를까 하는 심정으로 수원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일찍 당도하니 이번 연수를 준비한 최지혜 샘이 반가운 얼굴로 맞이한다. 자료집과 부채, 에코 가방과 휴머니스트에서 준 기념 선물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받아 자리에 놓고 칼국수를 먹고 왔다.
 
부산의 만화가 타조알 이성수 샘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반가운 얼굴과 인사를 하다 보니 어느새 두 시를 조금 넘기고. 날카로운 비평의 혜안으로 이름난 신형철 여는 강의로 물꼬방 여름 연수가 본격 시작된다.
 
힐끗 원고를 보니 비평, 소설, 시 세 부분에 대한 각각의 짧은 글들이 담겨 있다. 그가 낸 세 권의 책들 글이 그러하듯 허투루 쓴 글이 없다. 특히 소설과 시에 대한 짧은 단상이 그랬다. (비평은 예시 글과 아주 짧은 요약글이 정리되어 있다. 전에 본 글이다.)
비평은 이전 강의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명쾌하다.
 
“비평은 해석이다. 해석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다만 좋은 해석과 그렇지 못한 해석이 있을 뿐이다. 해석의 주체는 다양하다. 그러므로 복수의 논리가 가능하므로 해석이란 필연적으로 토론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어떤 해석이 좋은 해석인가?
좋은 해석은 인식을 생산한다. 인식의 깊이가 해석의 질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비평가란 해석자이고 같은 의미에서 인식의 산파다. 비평은 해석이고 해석은 인식의 산파술이므로.” (그가 예로 든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나오는 벤야민의 해석 이야기는 별도 자료로~)
 
이번 강의에서 심금을 울린 신형철의 글은 두세 번째 글이다. 광주와 제주사이에서 폭력에 대한 성찰을 다룬 글(소설에 대한 단상)과 토비아의 시대는 어디로 갔는가?(시에 대한 단상)라는 짤막한 글이다. 강의가 비평에 치우치다 보니 소설과 시에 대한 후반부 이야기는 깊이 듣지 못했지만 자료집의 글을 통해 생생하게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자신의 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채 규정되는 모든 존재들은 억울하다. 이 억울함이 벌써 폭력의 결과다. ‘폭력’의 외연은 가급적 넓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이런 정의를 시도해본다. ‘폭력이란? 어떤 사람/사건의 진실에 최대한 섬세해지려는 노력을 포기하려는 데서 만족을 얻으려는 모든 태도.’ (중략) 문학이 귀한 것은 가장 끝까지 듣고 가장 나중에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문학은 4.3과 6.25와 5.18을 겨우 저지한다.”<광주와 제주 사이에서, 폭력에 대하여>
 
“의미가 아니라 효율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효율을 위한 노하우(know-how)이지 노와이(know-why)가 아니다.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대목에서 장렬히 실패하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가 ‘노하우’를 알려줄 때, 인문학 서적은 ‘노 와이’를 알려주지 못한다. 인문학은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에는 원래 답이 없다. (중략)
릴케의 시에는 답이 없다. 인간의 언어로 제기된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심오한 질문이 있을 뿐이다. (중략)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는 릴케의 시 따위를 도대체 왜 읽어야 한단 말인가.’ 나의 오랜 대답은 이렇다. ‘왜냐하면 삶이란 의미를 찾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그 순간에만 겨우 의미를 갖기 시작하는 것이니까.’ 이 대답은 아직 충분히 강하지 못하다. 그래서 나는 (당신과 함께) 더 많은 시를 필사적으로 읽지 않으면 안 된다.” <토비아의 시대는 어디로 갔는가?>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적 비평은 재미났다. 폭력에 대한 정의는 가슴을 찌른다. 시집을 차 안에 던져두고 신호에 걸릴 때마다 시집을 펼쳐든다는 그의 결기는 무엇인가. 세 번째 강의를 들었다. 단언컨대 그는 진화하는 비평가다.
 
신형철 강의를 마치고 이어진 송승훈 선생님의 시수업 사례 발표는 현장감 가득찬 시간이다. 일단 짝을 바꾸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 모르는 사람과 짝을 이루기 위해 가위바위보와 자리 옮기기를 두어 번 실시한다. 얼추 모르는 사람이 옆에 앉을 무렵 인사를 나누고 참가자 전원에게 시집을 한 권씩 선물한다. 참가자 모두에게 한 권씩 시집 선물이 셀프로 배달된다. 나는 나희덕의 <사라진 손바닥>을 골라 왔다.
 
옆의 짝과 민망한 1분 활동을 한다. 서로 검지 손가락을 붙인 채 눈을 감지 않고 얼굴을 1분 동안 말 없이 바라본다. (그 어색한 1분!) 그 뒤 시집을 뒤적여 옆 사람 얼굴, 인상에 맞는 시를 고르도록 하고 줄별로 발표를 한다. 대부분 낯선 얼굴, 첫 인상과 분위기에 걸맞는 시들을 골라 3~4행 정도 발표를 한다. 대체로 상대 인상이 좋고 편안하다는 내용의 시를 고른다.(가끔 닭살~)
두 번째 과제는 눈을 감고 1분 동안 교장 선생님을 생각하기다.(앞에 비하면 무척 짧은 1분^^) 1분이 지나면 마찬가지로 교장 선생님을 떠올렸을 때 어울리는 시 구절을 찾는다. 이래서 시의 언어가 현실을 초월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특이한 인간에 대한 묘사들이 줄을 잇는다. 간혹, 역설적이거나 정말 제대로 된 교장 선생님 이야기도 나온다. 어느 삶에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신형철 강의와 시로 서로의 마음을 가볍게 푼 첫날의 초청 강의와 만남 강의.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한 뒤에 찻집으로 자리를 옮겨 <헬렌 올로이>라는 단편 소설 공부를 한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끔이(모둠장, 사회), 기록이(기록자), 나섬이(발표자), 추임이(잘 한다고 추임새를 넣어주는 사람)를 정한 뒤 글을 꼼꼼하게 읽고 대화를 나눈다. 소설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 자기 삶이나 그 동안 본 영화 등과 연계되는 지점, 토론 주제 이 세 가지에 대해서 돌아가면서 말을 한다.
 
두 인간, 아니 두 남자가 합작으로 만든 완벽(?) 여성 로봇 헬렌 올로이. 인간과 기계의 관점으로 보느냐, 남자와 여자의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초반부터 논쟁이 뜨겁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읽기조차 문제가 많은 소설이고 인간과 기계의 관점으로 보면 그나마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 우리 모둠에는 페미니스트가 없어서인지, 남녀 두 사람이 만났는데,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이 일단 감정을 지닌 기계, 대상, 관계, 절대성, 희망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자들이 생각하는 인상적인 구절(마지막 문장)과 여자들이 생각하는 인상적인 구절이 좀 다르다는 점이 이 소설의 성적 편향을 깊게 생각할 여지를 남긴 채.
 
숙소에서 5모둠 선생님들과 첫날부터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다. 전주 한옥마을보다는 덜 발달된 수원의 화성거리. 그렇다고 맛난 식당과 음식에 없지 않았다. 통닭거리에서 안주를 사오고 맥주를 준비해서 이러저러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미 저녁 식사 시간에 동동주를 마시면서 마음을 터놓아서인지, 아니면 이야기꽃의 화신들이 계셔서인지 자정이 다 되가도록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웠다.
 
이번 연수에서는 강사/반장 숙소와 수강생 숙소로 나뉘었다. 술자리를 파하고 반장님을 모시고 강사 숙소로 갔다. 송아당이라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6명의 남자와 10여 명의 여자가 묶었는데 서로를 친한 사이라 공간이 비좁아도 특별히 불편하지 않았지만 수강생들이 묶었던 넓은 수원호스텔에 비해서 딱히 차이가 나게 좋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화장실 사용이 조금 더 편한 정도이나 이 역시 스무 명에 가까운 사람이 쓰기에는 그리 편하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잠자리는, 집이 가까운 수강생들이 자리를 비운 수원호스텔이 넉넉하고 편하지 않았을지.
오랜 만에 만난 강사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스스르 잠이 들었다. 수원에서의 첫날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2. 둘째날
 
하루 4번의 강의. 누구 강의를 들을까. 등록을 늦게 해서 반을 배정받지 못한 까닭에 원하는 역설적으로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는 특혜를 누렸다.
 
1강 이상용 – 시시한 교사의 긴 호흡 시 수업
 
한 학기를, 교과서 없이, 시만으로 수업한다! 조근조근한 안내로 시수업의 길을 열고 사진과 그림으로 시적 순간을 체험하고, 그 다음부터는 시와의 본격적 만남. 백석, 김수영 등 시인을 소개하기도 하고 시집읽고 경험쓰기와 시영상, 시-대화 등 시로 할 수 있는 모든 것. 나아가 서로 배우고 가르치기까지. 시의 뼈만 남기고 모든 살을 다 바르듯 시수업의 노하우를 전한다.
수업도 수업이지만 학생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우게 하는 수업 운영의 노하우가 더 돋보였고, 할 수 있다면 한 학기를 통째로 따라하고 싶은 수업이다. 하지만,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수업이라는 걸, 마무리 글을 보고 느꼈다.
 
‘바보같은 질문이 없음을 인정하고, 침묵할 권리를 보장하고, 매력적인 칭찬을 던지는’ 일을 아무나 할 수는 없기에 그렇다. 손을 잡고 목표를 향해 끌고가기보다 손을 놓아야 할 자리와 시간을 고민하는 모습 속에서 역시 수업보다 교사가 먼저라는 걸 실감한다.
 
“스승이란 이렇게 쓰잘데기 없는 존재들이다.”
 
성균관 스캔들의 명대사를 좋아한다. 이상용 선생님이 예전 원고에서 소개한 핀켈의 <침묵으로 가르치기>라는 책을 인상 깊게 보았는데, 이 책이나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이나 한결같이 교사 자신은 쓰잘데기 없이 시시한, 그러나 깊은 무지로 학생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그들이 의지를 강제하고 공부에 몰두하여 배움이 일게 하는 존재다. 상용샘의 원고 말미에 적힌 ‘고민은 많이 하되, 수업은 시시하게-시시한 수업이 행복하다’에 이르러 시시한 교사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신념(?)이 상용샘은 이미 ‘무지한 스승’의 경지에 도달했구나 하는 깊이를 느끼게 한다.
시와 친해지는 과정부터 시를 골라 읽고 자기 삶에 이르게 하고, 시를 좋아하는 경지까지 큰 소리 없이 이끌어가는 시 수업 자체도 감탄을 자아내게 하지만 이미 시와 한몸 되어 교사 자신이 시시한 존재, 그러니까 시적 존재(시는 효율의 시대에 무의미와 보잘 것 없음에서 그 빛을 발하므로!)로 살아가는 품격이 느껴진다.
물꼬방에서 단 하나의 강의만 들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상용샘의 강의를 듣고 또 들을 것이다. (이번 첫 강의를 들으면서 든 느낌이었는데, 듣는 강의마다 실은 족족 이랬다~*)
 
 
2강 김병섭 - 뇌섹남 김병섭의 좌충우돌 질문 놀이
 
독서토론의 논제와 시험문제 쉽게 만드는 세 가지 방법!
누구인들 끌리지 않겠는가. 성취평가제다 뭐다, 갈수록 수업의 본질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평가 방법만 복잡하게 교사를 옥죄는 시대가 아닌가.
 
‘매력적인 논제 창조를 위해 약자의 입장에 서보라’는 말은 들을 때마다 신선하다.
병섭샘의 주특기인 모둠 일대일 질문게임이 강의의 핵심. 몸으로 겪어보지 못한 까닭에 들을 때마다 주눅이 들면서 체화하지 못하는 내용이다. 모둠별로 질문을 만들고, 좋은 질문을 뽑아 놀이와 수업에 활용하고 마침내(!) 시험 문제 출제에까지 활용하는 능력은 뇌섹남이 아니면 힘든 일인가! 설명을 듣고 질의 응답 한참 따라가도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 마지막날 강사 소개하면서 누구나 흠모하는 병섭샘의 지적 매력이 드디어 ‘물꼬방 뇌섹남’이란 별명까지 얻게 했는지 이해하는 순간이다. 병섭샘과 나의 뇌의 차이를 느끼는 건, 이번에 들은 걸로 병섭샘 강의가 네 번째인데, 난 아직도 아이들과 하는 질문게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실습을 못해보고 강의를 통해 머리로만 이해하려 한 까닭인가?)
그 동안 비슷한 강의를 세 번이나 들은 까닭에 이번 강의는 새로운 임팩트를 느끼지 못했지만 여전히, 유연하게, 아이들과 수업으로 만나가는 병섭샘의 근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머지 하나는 수능 지문에 나온 글들을 활용한 질문 만들기와 토론을 통한 수업 활용 사례다. 지난 몇 년간 수능 기출 문제조차 풀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대략난감이지만 하나의 팁은 얻었다. 언젠가(!) 수능 문제집 풀이를 본격적으로 한다면 시도해보리라 다짐한다.
 
이날 강의에서 가장 인상적인 말은
‘교사의 질문과 학생의 질문에 대해서 학생들 스스로 느끼는 감도의 차이’였다. 질문의 주체가 누군가에 따라 아이들의 반응의 역동성이 달라진다는 말. 그러므로 교사가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학생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라는 말이었다. (교사가 질문하면 학생들은 정답이 있으리라는 부담 속에서 사고가 자유롭지 못하지만, 학생의 질문이라 하면 자유롭게 논쟁할 수 있는 기분으로 수업에 임한다)
 
언제쯤 질문 놀이를 신나게 할 수 있을까. 꼭 연예인처럼 활기차게는 아니라 하더라도 규칙과 형식에 맞는 질문 놀이 한 번 제대로 할 때까지 병섭샘 강의를 듣고 또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3강 류원정 – 5% 온도로 세상을 살라버릴 것 같은 뜨거움
 
물꼬방에서 가장 뜨거운 사람이 누구일까. 모든 강사들의 강의를 다 들어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강의장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보자면 원정 샘을 첫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학생들과 책 읽고 대화하기. 한창호 샘이 왜 원정샘의 길을 따라갔는지 이해가 되었다. 읽기에서 쓰기, 쓰기에서 대화하기로의 진화. 아마 글쓰기가 다 보여주지 못하는 생생한 속내를 원정샘은 대화하기로 풀어내고 싶었나보다.
 
세상에 별별 책들이 많지만 원정샘이 추천한 세 권이 책이 우선 뜨거웠다.
 
가.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나.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다. 수업
 
<눈 먼 자들의 국가>로 지적 고투를 겪고, <금요일에 돌아오렴>으로 눈물과 싸워야 한다면, 정작 우리가 세월호 관련해서 읽을 가장 좋은 책은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이며 밀양을 포함 원전, 탈핵이 사회 이슈가 되어가는 시대에 재미나게 읽을 진지한 책으로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를 꼽았다. 그리고 교사라면 누구도 피해가지 못하는 수업의 철학과 현실을 담은 이혁규의 <수업>은 설명이 필요치 않다.
 
수업은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한 로드맵에 따라서 안내를 한다. 강의에서 유일하게 피피티를 사용하는 물꼬방 강사.
 
- 모두 구성의 수많은 노하우와 고려 사항(특별한 아이들 포함)
- 책을 고르고 반드시 사서 읽게 하기의 방법(천안 서점의 변화까지 이끌어낼 정도로!)
- 기록하며 책읽기(이미 물꼬방에서는 상식이 된 활동)
- 질문 만들기(질문 열 개에 이제 이유도 열 개, 필수질문 제시하기)
- 모둠별 대화나누기(누구나 돌아가면서 골고루 말하기가 핵심)
- 대화한 것 기록하기
- 글다듬기
 
이런 과정 누구나 다 할 수 있겠지요~ 목소리도 우렁차다.(안 하면 혼 날 듯^^)
 
무엇보다 교사가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데,
 
책 고르고(많이 읽어욧!) 책 소개하고(한 권 한 권 자상하게^^) 일지쓰기 챙기고 활동을 안내한다. 중간에 점검하고 대화와 기록을 위한 환경 마련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하기, 기록하기, 다듬고 평가까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초보들이 버벅거리는 문제들. 예를 들면 모든 걸 포기한 아이들이나 결과만 쏙 만들어내는 아이들, 혼자 하는 아이들과 주변 샘들과의 조율. 이 부분을 잘 풀지 못하면 중간에 좌절하기 쉽다. 하지만 좌절을 두려워말고 해보라는 원정샘의 강력한 권유가 심장의 무언가를 자꾸 데운다.
 
열정이 대단하다는 말에, 이 정도는 자신의 5%에 불과하다는 원정샘의 100%는 도저히 상상불가. 다음은 10% 정도의 수업 사례라도 듣고 싶다.
수업의 과정에서 협력과 대화를 배우고 서로를 이해하는 힘을 배운다는 원정샘. 특히 ‘한 문장의 힘’을 두어 번 강조하며 아이들이 이 문장 하나로 책을 좋아하고 삶이 바뀐다면 그게 책 읽고 대화하는 수업의 진정한 가치가 아니겠는가 되묻는다.
 
내 삶의, 고민의 온도가 식을 때마다 원정샘의 강의를 떠올리겠다. 밑줄 친 문장으로 물꼬방 대문을 만들어가는 원정샘의 열정을 다시 바라보면서.
 
 
4강 송승훈 – 3가지 수업 나머지가 궁금했는데~
 
일단 강좌 제목에서 정체가 드러나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했다.
결론은 책 읽고 대화하기와 인터뷰 수업이었다. 나머지 하나?
첫날 여는 강의에서 소개한 시집 수업이었다.
인터뷰 수업은 몇 년 전에 따라해본 적이 있다. 내 인생 최고의 수업이라해도 좋을만큼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던 수업. 체계적으로 할 역량이 안되어서 승훈샘 책을 40권 사서 읽히고 무조건 따라하기였다. (이 이야기는 곧 나올 내 책 <질문 있는 교실>에서 한 꼭지로 다루어진다)
그러나, 굳이 비교하면 수준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책을 낼 정도로 좋은 글들을 쓰도록 지도했던 승훈샘. 이번에 아이들이 읽고 인터뷰한 글들도 책으로 나왔던 글들 못지 않았다. 승훈샘의 면담과 상호 첨삭 과정을 거쳐 다듬어진 아이들의 글도 좋았지만 역시, 책을 고르는 안목과 소개한 책의 질과 폭이 고개를 숙이게 한다. 인터뷰도 인터뷰지만 역시 책이 좋으면,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는 귀한 경험이 된다.
승훈샘의 강점은 역시 아이들의 결과물. 그리고 특유의 재담으로 어떤 질문이지 생생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다. 거의 독서 교육의 ‘즉문즉설’ 수준이다. 마지막 날 드디어 승훈 구루께서 스티브 잡스의 경지에 비교되었는데, 법륜 스님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도서실에서 일주일 한 시간 책 읽히기, 독서기록장 만들어 15분 쓰기, 서평쓰기와 인터뷰 수업 등을 두루 따라해 보았는데, 이번 연수에서 아이들의 글이 보여주는 질적 차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대체로 방목만 하는 내 수업 방식에 대한 반성이랄까. 올해까지 고3 수업이고 내년에는 1, 2학년을 맡을 텐데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의지가 불끈, 그게 이번 강의의 최대 수확이다.
(고민과 실천의 내공이야 다르지 않은 다른 선생님들 수업도 다 듣고 싶지만 몸이 하나인지라. 다른 분들의 후기를 기대하며~)
 
이상이 수업 소감이고 전날의 술 후유증 때문에 점심 먹고 물꼬방 오수를 톡톡히 즐겼다. 저녁 식사는 5반 반장 정인샘이 올린 산적에서 막걸리와 김치찌개로 맛나게(아, 술 없으면 밥을 못 먹는 병은 어떻게 고치나!)
 
밤의 시간은 거의 새벽 세시까지 다시, 이야기꽃 화신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2, 3차를 놀았다. 그렇게 물꼬방의 둘째날 밤은 불일불이하게 노래하며 흘러갔다.
 
 
내친 김에 셋째날 적어보자.
 
주민센타에, 영희샘이 등장했다. 팜므 파탈의 완성이었다. 저 아가씨, 누구지?
 
강의장 뒤편에 드디어 뇌섹남의 첫 책, 헬렌 올로이를 비롯 다양한 소설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쓴 <여고생 미지의 빨간 약(양철북)> 사인회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긴 줄 끝에 나도 역시. 일필휘지, 병섭샘이 써준 글에 뜨끔함을 느끼면서 자리에 앉아 창호샘을 기다린다. 악기연주와 노래가 기대되지만 이번에는 감정 수업이다.
 
나의 감정을 말할 때. 남의 감정을 들어줄 때. 남의 감정을 듣고 그 말에 대한 나의 감정을 말할 때와 그 반대 상황. 이성에서 감정으로 철학의 코드가 옮겨가는 탈근대. 창호샘의 고민과 공부가 그냥 만들어지는 건 아닌 듯 싶다.
 
감정 나눔에 이어 칭찬 샤워. 스스로 쑥스러워 말하기도 듣기어 어려운 칭찬. 평소 칭찬에 인색하고, 칭찬을 듣는데도 어색한 자신을 돌아본다. 그래 이 정도면 하는 마음과 맞아, 때로 격없는 칭찬으로 서로 소통하는 힘을 키워야지 하는 마음을 새겨본다. 실은 술자리에서 편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 ‘사람’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없었는데 창호샘의 활동을 통해서 새삼, 같은 반 사람이 누구였는지 돌아본다.
 
지혜샘과 영희샘의 재치가 빛을 발할 차례다. 이번 연수의 일등 공신. ‘음지에서 일하면서 양지를 지향하지 않는’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로 전주 아닌 수원에서의 첫 물꼬방이 말 그대로 물꼬를 텄다.
반장들과 강사들을 앞으로 모시고 여러 사람 인터뷰 한 결과를 바탕으로 애쓴 부분을 하나씩 소개한다. (평소 같으면 적었을 텐데, 정말 이 명장면을 적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렇게 빛나는 멘트들이 쏟아지리라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리고 펼쳐진 영상. 밤을 도와 새벽까지 만든 영상 속에서 다시, 2박 3일의 물꼬방이, 사람들이 잔잔한 음악과 함께 명멸한다. 짧게 허공을 가르는 유성처럼.
 
소리 없이 왔으니 소리 없이 가는 것이 예의일까. 이런 저런 일로 반장, 강사들과 함께 하는 물꼬방 추가 1박의 시간을 아직 보내지 못했다. 내년에는 하루 정도의 여유를 더 가져보리라 다짐한다.
 
신규 강사가 많이 늘었다. 조금 지친, 기존 강사들이 쉬고 신규 강사로만 물꼬방 여름 연수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도 한다. 물꼬방 신도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으니 그 날이 올 날도 멀지 않으리. 작년에 담임을 처음 해보았는데, 나도 언젠가는 인터뷰수업 따라하기나 시, 대화, 질문, 소설 수업 따라하기로 강사의 자리에 서는 날이 오겠지. 무엇보다 하나씩 가능한 영역에 도전과 실천을 다짐한다.
 
담임, 강사 샘들 모두 고생하셔서 수원 물꼬방이 잘 진행된 데에 감사한다. 특히 지혜샘과 영희샘, 윤정샘의 보이지 않는 노력에 큰 손뼉을 쳐주고 싶다. 짝짝짝~!!!
 
8, 5 유동걸 손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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