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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전국모 겨울 연수 후기-독서분과
조회 10979
첨부파일
회원이미지김은희
2016-01-24 14:44:04
       
지금도 광주에는 눈이 내립니다. 어제 제천에서 광주로 내려오는 눈길은 험했지만, 마음만은 푸근했습니다.
겨울연수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고 든든한 동료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입니다.
 
연수국 선생님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전국모 집행부에 젊은 선생님들이 많이 늘어서 지켜보는 수강생으로서도 든든했습니다. 어느 모임이나 일꾼이 부족하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얼굴이 더 반가웠습니다. 다들 표정이 밝고 안내가 친절하셔서 정말 편안했습니다. 선생님들 덕분에 즐겁게 연수를 듣고 내려왔습니다.
내년 겨울 연수도 함께 할게요.
 
독서분과 전남 나주중 김은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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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제천에서 전국국어교사모임 겨울연수(1월 21~23일)가 있었다. 주제는 "이야기가 있는 수업"이고 분과는 시, 소설, 독서, 매체로 나뉘었다. 독서분과를 신청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제천에 도착한 나를 맞이한 것은 강추위였다. 낮 기온 영하 8도가 표시된 핸드폰을 보며 '이 동네는 광주 아침기온이 낮 기온이네?'라는 두려움을 느꼈다. 연수 두번째날 아침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내려갔고 무시무시한 추위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겨울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방안의 물이 얼어있었지만 낭랑하게 책을 읽었다는 이덕무의 고사를 떠올리며 흉내라도 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연수 첫날, 기숙사 예지학사에 짐을 풀고 공학관 강당에서 연수국장 선생님의 친절한 안내를 들었다. 모 출판사에서 선물로 주는 책 4권을 기분좋게 받아들고 분과별 강의실 107호로 이동하였다.

독서 분과의 첫 번째 강의는 서울 관악중학교 구본희 선생님이 해주셨다. 1학년 학년부장을 맡아서 자유학기제 수업을 책과 관련지어 어떻게 구성하였는지를 설명해주셨다. 진로체험활동, 봉사활동, 계절 축제 큰 줄기 안에 풍성한 내용이 있었는데 솔직히 다 소화하기에는 그 넓이와 깊이가 방대하고 어마어마했다. 기본적으로 1학년 교과 선생님들과 협력하여 진행한 범교과 프로젝트 형식이 많아서 지금 내가 있는 학교 현실을 떠올리다 살짝 우울해졌다.

가장 인상깊은 것은 봉사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참여프로젝트'였다. 봉사 시간을 서류로만 채우기 급급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실제로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실제로 활동하게 하는 프로젝트였다. 학생들에게 '10대, 세상을 디자인하다', '죽지 마, 무당벌레야', '초딩, 자전거 길을 만들다' 책을 소개하면서 실제로 10대들이 사회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한다. 그리고 모둠을 만들어 활동주제를 정하고, 계획서를 쓰고 ppt를 만들고 모둠별로 계획서를 발표하고 상호평가한다. 건의하기 단원 수업을 하고 여름방학 동안 프로젝트와 관련한 사회참여활동을 한다. 개학하고 나서 사회참여 활동보고서를 작성하고 결과 발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학교 앞 보도 블록 교체’와 같은 경우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다가 보도 블록이 파여 있어서 불편함을 느끼고 구청에 접수하여 실제로 보도 블록이 교체되었다고 한다. 그 학생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얼마나 많이 성장했을까 생각을 하였다. 구본희 선생님은 학생들의 가슴에 열정을 지피는 특별한 기술이 있는 듯하였다.

두 번째 강의는 광주각화중학교 강현선생님의 ‘상황별 독서 활동 사례’였다. 광주 국어교사 소모임 선생님들이 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소문을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근 10여년에 걸친 결과물을 집대성한 상황별 독서 프로그램은 방대하고 세심하였다. 학생의 고민이 가족, 친구, 성적, 미래 등일 때 각각의 상황에 맞춰 책을 추천하는 것이 정교하였다. 마치 ‘책을 처방해 주는 병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 상담, 상황별 독서 프로그램, 1쪽 베껴쓰기, 손바닥 베껴쓰기 등 여러 활동을 안내해주셔서 학교에서 적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학생부에 끌려온 학생들이 소설을 손바닥만큼 베껴써야 하는데 1글자라도 틀리면 파쇄기에 넣고 다시 바르게 쓰도록 한다는 벌을 듣고 정말 재미있었다. 학생들이 담배를 피웠을 때 교내 봉사로 청소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담배를 끊는 것은 아니다.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이 담배를 끊어보려고 노력하는 장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는 강사 선생님의 말씀에 공감이 되었다.

세 번째로 울산학성고 박혜숙 선생님께서 ‘독서 동아리 풍경’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주셨다. 박혜숙 선생님의 강의는 ‘고독한 저격수’를 강요하는 냉혹한 우리 사회와 그 안에서 자라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연민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같이 고민하고 숨쉬고 있는 친구를 만나는 것, 책 안에서, 책 바깥에서 ‘길 위의 벗’을 만나는 것의 가치를 차근차근 이야기해주셨다. 동아리 아이들과 학교 교실에서, 들꽃학습원 잔디밭에서, 대학교 강의실에서, 카페에서 자유롭게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대목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동아리 아이들이 직접 우석훈 선생님을 초청하기 위해 정성들여 메일을 쓰고 행사를 홍보하고 진행하는 이야기에서는 아이들을 믿지 못하고 모든 것을 내가 주관하려고 했던 과거를 반성하였다.

가장 잊을 수 없는 대목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더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확신했던 예전에 비한다면 지금은 꼭 책이 아니어도 누구나 자신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더 나은 삶을, 더 자유로운 삶을 찾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이다. 강사 선생님 본인이 그렇게 수많은 책을 읽으셨는데도 책이라는 틀에서 고정되지 않고 책 너머 사람을 보는 지향점이 인상깊었다. 책을 읽지 않는 학생을 보며 큰일날 것처럼 생각하는 나에게는 또하나의 충격이었다. 어쩌면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우월감에 빠져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의 연대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전해주고 싶어하셨던 것 같다.

네 번째 강의는 수원호매실고 김진영 선생님의 ‘진로독서’였다.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설문조사에서 1순위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가, 2순위는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하는가였다. 그 만큼 ‘일’이라고 하는 것은 밥벌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그래서 진로 독서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고등학생들도 반에서 20% 가까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하셨다. 막연히 디자이너를 꿈꾸었던 학생이 디자이너 관련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고충을 이해하고 길고 긴 고민 끝에 다시 산업디자인학과를 택했다는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대체로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은 현실에서, 재미있는 소설이 아닌 진로에 관한 책들, 특히 정보를 전달하는 어려운 책들을 어떻게 아이들이 읽어낼까 의아했다. 그 물음에 강사 선생님께서는 소설 서평쓰기와 진로독서 서평쓰기 둘 다 했던 경험을 말씀해주시면서 소설을 어려워하는 친구들도 생각보다 많고 진로독서는 자신의 흥미와 일치하면 오히려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대답을 해주셨다.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내 입장에서는 자유학기제 고민도 있고, 해마다 다른 진로를 대답하는 변화무쌍한 아이들을 보는 고민도 있었기에 진로 독서 안내가 의미있었다.

김진영 선생님의 강의는 진로 독서도 유익했지만, 무엇보다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책에 수록된 경험담이 인상깊었다. 새로운 학교에서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상처받고 좌절했던 경험, 그리도 다시 도전했던 경험을 진솔하게 풀어낸 그 용기가 감동이었다. 수업 시간에 반응하지 않는 차가운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인상깊었다.

학교에서 해마다 만나는 아이들이 항상 수업하는 교사와 마음이 잘 맞을 수 없다. 오히려 수업 궁합(?)이 잘 맞는 경우는 드물고 교사의 희망과 어긋나게 행동하는 아이들이 더 많지 않은가? 수행평가를 왜 어렵게 내느냐는 투정은 귀여운 정도다. 이런저런 활동을 한다고 해서 수업에 참여안하는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것 같으냐는 냉소, 이런 활동들은 해봤자 상급학교 진학에 도움이 안된다, 적당히 수업하면 좋겠다는 직접적 공격 등 가시돋힌 말들이 얼마나 많은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소박한 활동을 꿈꾸는 선생님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김진영 선생님의 경험담이었고, 좌절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에서 우리는 감동을 느꼈다.

오후 분과별로 수업 계획을 세우는 시간은 참 의미있었다. 이번 겨울 연수의 핵심이 바로 오후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강사의 사례는 어찌 보면 얼마든지 찾아 들을 수 있다. 항상 어려운 것은 실천이다. 실천을 하기 위해 모둠별로 서로 학교에 돌아가 적용해보고 싶은 활동 등을 이야기하고, 수업 지도안을 공동으로 짜면서 실천의 용기는 내는 것 말이다. 내가 속한 모둠은 2년차 선생님 제주도 선생님 두 분, 사립학교 선배 선생님 세 분, 9년차인 나까지 골고루 있었는데 마음이 잘 맞아 서로 솔직하게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특히 도덕과 교사임에도 아이들과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글을 쓰는 전북중학교 서영호 선생님께 큰 감명을 받았다. 연수 첫 날에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 서먹서먹한데 모둠별로 활동을 하며 우리는 한층 가까워질 수 있었다. 오후에 모둠별로 활동한 결과는 다시 저녁 시간에 전체 공유를 통해 나눌 수 있었다. 강당 3면에 붙여진 수업지도안들을 보며 이렇게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기분좋은 자극과 다른 분과 수업을 다음 연수 때 듣고 싶다는 욕심을 동시에 느꼈다.

마지막날, 마무리 강의는 판화가 이철수 선생님께서 해주셨다. 누구나 잘 아는 권정생 선생님의 몽실 언니 책의 삽화를 그리신 분이다. 또한 80년대 저항 미술의 대표자라 하실 수 있는 분이다. 지금은 제천에서 살고 계시며 자연을 닮은, 마음 비우기를 바탕에 두신 판화를 제작하신다.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권정생 선생님, 신영복 선생님, 이오덕 선생님의 일화들은 소소하고 즐거웠다.

조금 더 깊이 와닿았던 이야기는 이철수 선생님이 방황하던 10대 시절, 이철수 선생님을 따뜻하게 격려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과의 만남이었다. 밥을 먹지 못하던 시절 강냉이빵을 챙겨주신 선생님, 국어 시간에 수업은 안듣고 소설을 읽는데 혼내지 않고 인정해주신 선생님등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밖에서 받아들여야할 것이 많은 어린 아이들에게 교사의 말 한 마디는 정말 중요하며, 말 그 너머의 역할까지도 해주면 좋겠다는 당부가 있었다. “무너지는 아이들이 하나라도 여러분의 손에서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제 그림은 통째로 반성문입니다.”라고 말씀하셨던 이철수 선생님. 나는 무엇으로 나의 학교 생활을 반성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방학이 되면 학교에서 1년을 무사히 살아냈다는 안도감이 들지만 그것만으로는 미진하여 여기 먼 곳 제천까지 와서 반성문을 쓰고 있는 걸까? 하지만 반성문을 쓰는 3일간, 나는 오히려 행복하였다. 앞에서 길을 열어주시는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났고 내 옆에서 같이 걸어가는 동료 선생님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봄, 새로운 아이들과 국어수업을 시작할 용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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