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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온라인 수업에 대한 고민(고등학교)
조회 173
회원이미지lavieenrose
2020-03-29 13:36:39
       
수업 자료를 찾으러 들어왔다가 온라인 수업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을 남겨 봅니다. 4월 6일 개학은 아무래도 어려운 쪽으로 보도가 나오고 있으니 온라인 개학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1-2주 정도 온라인 수업과 온라인 학급관리를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지금처럼 가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드네요. 물론 빠른 시간에 상황이 해결되어 지금 쓰는 글이 의미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교육부에서 교사의 의견도 묻고는 있지만 진짜 현장의 목소리를 담기는 부족한 것 같아 어쨌든 교사들이 입장을 공유하고 여러 사람이 기록으로 남기면 상황이 더 나빠질 때를 대비해 대안을 찾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용기 내어 글을 남겨 봅니다.
 
개학을 앞두고 바이러스 확진자를 재빨리 찾아내고 전파 위험을 신속히 차단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교육문제를 ‘빨리빨리’ 해결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물론 학교로 등교하는 것은 위험이 있고, 집단 감염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니 온라인으로 개학을 하자는 움직임은 현 상황에서는 최선이겠지요. 하지만 교실 수업과 교육과정을 온라인에 그대로 구현하겠다는 전제는 지나친 환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온라인 수업 실시는 생명 복제 같은 논제를 두고 찬성과 반대로 사람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처럼 너무 다른 시각이 존재합니다. 온라인 수업 논란에서 제일 먼저 거론되는 취약계층이나 학부모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도 무척 중요한 문제가 되겠지요.
 
어쨌든 고민되는 문제는 이렇습니다.
 우선 온라인 수업 실시에 필요한 여러 가지 툴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학교 시설이 잘 갖춰진 학교에선 부담이 덜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설이 낙후되어 있고, 원로 교사의 비중이 높은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주는 공포가 무척 큽니다. 당장 몇 백만 원씩 예산이 각 학교로 배당되었으니 각종 장비와 기반을 빠르게 마련하느라 학교마다 분주하고 결국 어떻게든 교사들은 해내겠지만 학교 상황은 너무 제각각입니다. 계속 지침이 쏟아져 내려오지만 재택근무중인 교사들은 그 내용을 다 소화하기 힘들고 담당자만 분주합니다.
  무엇보다 ‘온라인 수업 기간’은 막연히 코로나가 안정될 때까지 2주 정도면 될까요? 하지만 2주 후면 모두가 안전하게 학교로 복귀할 수 있을까요? 한 달 뒤엔 완전히 문제가 해소될까요?
 공문의 내용 등을 참고하면, 온라인 수업은 정상 등교가 가능할 때까지 디딤 학습을 준비해 영상으로 찍어 올리거나 실시간 수업으로 보완하면서 1학기 ‘진도’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그럼 온라인 수업을 하는 동안 등교하기 전까지의 진도를 염두에 두고 내용을 제작해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따라서 등교 후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온라인 수업은 더 중요해집니다.
 그나마 온라인 수업이 1~2주 정도로 끝난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든 수습이 되겠지만, 더 장기화될 수도 있다면 지금 계획해둔 수행평가도 대폭 수정해야 합니다. 올해부터 한 권 읽기 활동이 필수적으로 들어갔고 이제 국어수업의 많은 부분은 교과서 진도 나가는 것에서 벗어나 모둠 수업이나 토론, 쓰기 활동으로 틀이 잡힌 것이 많으니 계획한 대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이라는 명분으로 국어과에서조차 영상만 보라고 하는 게 옳은지 의문입니다.
 온라인 수업으로 디딤학습을 준비하는 것이라면 ebs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자체 영상 제작에 서툰 교사들도 많을뿐더러 같은 과목을 두 사람이 나눠서 수업할 경우 1~5반 담당 선생님이 찍어 올린 영상과  6~10반 선생님이 올린 영상의 차이가 크다면 또 불만이 많을 거구요. 학생 입장에서 각기 다른 학교의 온라인 수업을 비교할 수 있으니 그 또한 민감한 문제구요.
  
두 번째, 적어도 교실에선 모두 똑같은 환경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지만 각 가정에서 온라인에 접속하는 환경이 다르다는 것은 큰 불평등 요소입니다. 현재 교육청에서 실시한 온라인 학습 환경 조사에서는 PC를 보유한 사람, 스마트폰으로만 수업을 들어야 하는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과제까지 제출해야 한다면 PC가 없는 학생은 숙제를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 저희 반 학생들과 일단 zoom을 이용해 프로그램 상태를 점검해봤는데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 학생들과는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스마트폰만 하루 종일 들여다보게 하는 것도 마음이 쓰입니다.
 또 자신의 방에서 온전히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환경에 있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대학생들도 결국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나와 강의를 듣거나 PC방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을 이야기하니까요.
 
세 번째, 지금 담임 선생님들은 아직 얼굴을 보지 못한 학생들을 온라인으로 한 달째 관리하고 있습니다. 매일 무언가를 조사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니 어쨌든 우리 반이 맞긴 합니다. 하지만 얼굴을 보고 간단히 할 수 있는 말도 전달이 제대로 되었는지, 바르게 이해했는지 확인하느라 너무 큰 에너지를 쓰고 있습니다. 교사가 개인적으로 자신의 통신비를 써가며 전화하고 매일 하루에 100통,200통의 문자를 보냅니다. 카톡, 밴드를 당연히 활용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문자로만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며 연재 노동도 함께 하고, 자기소개서도 메일로 받아 하루에 2~3명씩, 한 명당 30분 정도 전화 상담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활이 불규칙해져 있어 교실이 아닌 곳에서 담임이 아침에 학생을 깨우고 점검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고 장기화된다면, 담임은 너무 지칠 것 같습니다. 수많은 단톡과 개인 메시지와 행정 업무를 처리 중이지만 작은 것 하나도 담임 손을 거쳐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니 담임이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막연하거나 힘에 부칩니다. 
 
등교가 가능해질 때까지 고등학교 교사 입장에서 제안하고 싶은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온라인 수업은 ‘ebs 활용’으로 한정하고, 무리하게 교육과정을 소화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수업일수나 교육과정을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해보입니다. 

 2. 무기한 개학 연기를 선언한 해외 여러 나라들이 있고, 우리나라도 완벽하게 안정될 시기를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으니 1-2주씩 개학 연기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발상을 전환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1,2학년의 경우 1학기 전체를 학생들에게 <자율학기>로 주고, 교사들에겐 <학습연구년제> 등의 방식을 적용하여 연구할 시간을 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래서 학생은 기간을 정해주고 정해진 분량의 독서를 하고, 자신의 진로나 관심사에 관해 주제탐구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게 하는 겁니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까지 교과서와 진도 같은 것에 집착하지 말고 평상시에 형식적으로 이뤄져온 자율과 진로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PC가 없는 학생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겠지요.
그리고 교사는 지금부터 온라인 수업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2학기 수업에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간을 주고 개학과 동시에 일정한 성과를 보고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개인 역량에 따라 1학기에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연결하여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그 사이에 발생한 문제점을 보완하여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다면 당연히 더 열심히 하실 선생님들도 많으실 겁니다. 다만 국가 전체가 온라인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갑작스럽게 대응하는 것은 예산의 낭비도 많고 부작용도 클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가 유튜브 등에 노출되었을 때의 문제나 보안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코드 인증을 받아 수업에 입장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해당 선생님의 수업을 볼 수 있습니다. 최대한 가능한 방향을 고민해야 하지만 문제는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1학기 동안 학교나 교육청은 연구팀, 대책팀을 마련하여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었을 때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하고 문제없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데 시간을 쓰면 좋겠습니다. 장기적으로 고교학점제 등에 대비해 온라인 수업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도 이 기회에 같이 고민해 보구요.
 
3. 3학년만 먼저 개학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그럼 개학 후 확진자가 나온 경우 그 학교는 어차피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하니 이것도 좀 무모해 보입니다.
 수능은 어차피 ebs 연계 비율이 높으니 출제 범위를 축소하고 ebs를 활용해 학교별 차이를 줄이고, 위험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면 동시에 등교해야겠지요. 수시에선 2학년 생기부까지만 반영하고 면접 비중을 높인다든가 하는 식으로 올핸 어쩔 수 없이 선발 방식에 변화를 주는 형태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한시적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단순한 설문 조사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입장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의 상황이나 의견도 공유하면 조금 더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긴 글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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